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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배고픔의 심리학 - 심리학과 비만이 관련이 있다구요?심리학 Psychology 2023. 7. 6. 18:13
배고픔의 심리학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우리가 느끼는 배고픔은 단순히 우리 배 속에 음식을 넣는 것 그 이상을 요구하는 욕구라고 볼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배고픔과 맛 선호에 대한 심리적인 측면에 대해 살펴보고, 심리적 요인과 연관되는 섭식장애들과 비만에 대해서도 살펴보려 한다.
배고픔의 심리학
먼저 식욕 또한 우리의 심리학적으로 바라본 '기억'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Paul Rozin(1998)이 실험을 통해 밝힌 바 있다. 그는 기억상실증 환자 2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마지막 식사에 대한 기억이 식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실험에서 두 환자는 점심식사 후 시간이 지난 후에 식사를 다시 제공할 때마다 밥을 먹는 경향을 보였다.
우리는 어떻게 특정한 맛에 선호를 느끼게 될까?
우리는 신체의 화학적인 작용과 환경적인 영향이 서로 상호작용하여 특정 맛에 대한 선호를 형성한다. 우리가 긴장하거나 우울할 때 탄수화물이 들어 있는 음식이 떠오르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탄수화물은 신경 전달 물질이자 진정제 역할을 하는 세로토닌의 수준을 높여준다.)
단맛과 짠맛의 선호 현상은 매우 보편적이며 유전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 외의 맛에 대한 선호는 학습을 통해 형성된다. 예를 들어, 어떤 음식을 먹은 후 탈이 나면 그 음식에 대한 혐오 반응이 생기는데, 특히 아동들은 질병에 자주 걸리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혐오 반응을 더 많이 학습하게 된다. 또, 문화적인 영향도 맛 선호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쥐도 친숙하지 않은 먹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특히 식물성 음식보다 동물성 음식에서 낯선 음식에 대한 경계 경향이 더욱 강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친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공포증(neophobia)이 유해물질로부터 유기체를 보호하기 위한 적응적인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여러 실험에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과일이나 음료, 토속음식을 먹여보았을 때, 경험이 반복될수록 새로운 맛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맛 선호는 여러 면에서 적응적인 기능을 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열대 지방에서는 음식이 잘 부패하기 때문에 향신료가 많이 사용된다.
섭식장애 3가지 - 식습관과 연결된 다양한 심리적 문제
비정상적인 식습관은 다양한 심리적 문제를 동반한다. 세 가지 섭식장애를 살펴보기로 하자.
거식증(anorexia nervosa)
거식증은 정상 체중을 가진 사람이 다이어트를 통해 심각한 저체중 상태가 된 후에도 여전히 뚱뚱하다고 느끼며 음식을 거부하는 장애이다.
거식증은 전형적으로 체중 감량 다이어트로 시작된다. 거식증을 가진 사람들(일반적으로 청소년이 많고, 여자가 남자보다 3~4배 더 많다)의 체중은 유의미하게 정상 체중 이하로 떨어진다(일반적으로 15% 이상). 그런데도 그런 사람들은 살이 쪘다고 느끼고, 체중이 불어나는 것에 대해 전전긍긍한다. 거식증을 가진 사람의 절반은 폭식-변통-우울증(binge-purge-depression) 주기를 겪는다. 거식증 환자는 흔히 낮은 자기 평가를 가지며, 완벽주의자 기준을 설정하고 있으며,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에 대해 초조해하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극히 신경을 쓴다(Pieters et al., 2007; Polivy & Herman, 2002; Striegel-Moore et al., 1993, 2007).
신경성 폭식증(bulimia nervosa)
신경성 폭식증은 일반적으로 고칼로리의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한 후 토하거나 설사약을 사용하여 보상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장애를 말한다.
거식증과는 달리 신경성 폭식증은 정상 범위 안이나 그 이상으로 체중 변동이 현저한 경우로, 이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조건이다. 마찬가지로 이 조건 역시 체중 감량 다이어트에 의해 촉발되어 금지된 음식물을 섭취함으로써 깨지기 시작하며, 때로는 친구들과 함께 충동적인 폭식을 하기도 한다(Crandall, 1988). 반복적인 주기로 과식에 이어 구토나 완화제를 사용하여 보상적 변통(purging)을 하고, 금식이나 과도한 운동을 한다(Wonderlich et al., 2007). 단음식이나 고지방 음식물을 탐하지만, 과체중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과식 — 변통자들(대부분은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여성)은 우울증과 불안을 경험하는데, 과식을 하는 동안이나 직후에 심하게 느낀다(Hinz & Williamson, 1987; Johnson et al., 2002).
폭식장애(binge-eating disorder)
폭식장애는 스트레스를 받은 후 과도하게 먹는 행위가 반복되지만, 폭식증과 같이 보상행위는 나타나지 않는 장애를 가리킨다.
폭식장애는 폭식 이후에 자책감이 따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변통, 금식, 혹은 과도한 운동을 하지는 않는다.
섭식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마른 몸매를 칭송하는 사회 문화적 요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Stice, 2002). 200여 개의 섭식장애 연구를 개관한 결과, 서구문화에서 섭식장애가 증가한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는 자신의 신체상에 대한 여성들의 과도한 열등감으로 나타났다(Feingod & mazzella, 1998). 바비 인형으로 대표되는 신체상을 분석해 보면, 170cm의 키로 환산할 때 32-16-29의 체형인데(cm로 환산하면 가슴 82, 허리 41, 엉덩이 73), 이는 인구 100,000명 중 1명에게서 관찰될 수 있는 몸매다(Norton et al., 1996).
온갖 방법으로 마른 몸매를 강요하여 '항상 다이어트 중'이도록 동기화하는 사회 문화적 압박은 섭식장애의 주범 중 하나이다. 아무리 생물학적 동기가 강하다 하더라도 섭식행동은 심리적 요인과 사회 문화적 요인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 것이 분명하다.
비만인 사람들은 의지가 약한 대식가?
비만의 생리학에 대한 연구는 '과체중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의지가 약한 대식가'라는 편견에 도전한다. 먼저 체중이 증가하는 단순한 수학적 원리를 생각해 보자. 개인이 소비하는 칼로리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면 체중이 증가한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다이어트를 통해 칼로리 소비량을 늘리면 체중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러한 결론은 잘못된 것이다.
지방세포
비만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방세포의 크기와 수이다. 일반 성인에게는 약 300~400억 개의 지방세포가 있고 이 중 절반은 피부 표면 근처에 위치해 있다. 지방세포는 텅 빈 상태에서 속이 꽉 찬 상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비만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지방세포는 정상 상태에 비해 2~3배 부풀어 오르다 분열하여 그 수가 2배 이상 증가한다. 지방세포의 수는 유전, 아동기 섭식 패턴, 성인기 과식 등의 영향을 받아 증가하고, 증가한 후에는 결코 감소하지 않는다. 다이어트를 통해 그 크기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그 수는 결코 감소하지 않는다.
신진대사
살이 찌고 나면 살을 찌울 때 먹은 음식보다 더 적은 음식으로도 그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지방에 대한 신진대사율이 다른 조직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즉 지방을 획득하는 데 드는 에너지에 비해 보유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더 적다. 신체가 소비해야 하는 자원이 기준점 이하로 떨어지면 배고픔을 느끼고 신진대사율이 감소하는데, 그 결과 신체는 칼로리를 적게 소모하는 형태로 전환된다.
고전적인 실험연구(Bray, 1969)에 따르면, 한 달간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3,500에서 450으로 줄인 과체중 실험참여자들의 체중 감소량은 6% 수준에 머물렀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굶주림에 대한 반응으로 그들의 신진대사율이 15% 수준으로 저하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칼로리 소비량을 줄인다고 해서 그 비율만큼 체중이 감소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 주며, 다이어트 초기 감소율에 비해 후기 감소율이 더 낮은 이유 또한 설명해 준다.
유전의 영향
우리의 유전자가 체중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지시하는 요인일까? 그럴 수도 있다. 이를 지지하는 몇몇 연구 사례들이 있다.
- 입양된 아이들의 체중은 유사한 식습관 환경을 가진 양부모의 체중과 관련이 없었다. 오히려 생물학적 부모의 체중과 더 유사한 관계를 보였다(Grilo & Pogue-Geile, 1991).
- 입양되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일란성 쌍둥이들은 서로 유사한 체중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고, 여러 연구를 종합했을 때 쌍둥이들 간의 평균 상관관계는 +0.74 수준이었다(Maes et al., 1997).
- 현대 과학자들은 체중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유전자를 찾아내고 있다. 예를 들어 FTO라는 유전자는 비만 위험도를 2배가량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Frayling et al., 2007). 연구자들은 이러한 유전자가 배고픔을 알리는 데 관여하는 단백질을 합성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특정 유전자의 존재 여부가 우리의 바지 치수를 예측하는 데 활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유전자가 실제 체중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어떤 유전자는 그만 먹어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는 데 관여할 수도 있고, 어떤 유전자는 칼로리 소비의 효율성에 기여할 수도 있으며, 어떤 유전자는 우리의 활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마치며,
체중 조절은 지방세포와 체중의 기준점, 신진대사,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방해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리학자는 1) 현실적인 목표 설정, 2) 생활방식과 섭식 습관 개선, 3) 다이어트나 체중 감량을 위한 프로그램 참여와 같은 조언을 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술이나 시술, 약물을 통한 다이어트는 일부 사례에서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심리적인 접근과 생활 방식의 변화가 장기적으로 체중 조절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심리학적인 조언과 현실적인 목표 설정을 통해 지속적인 노력과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건강한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글에서 배고픔의 심리학이라는 제목으로 심리학 관점에서 배고픔을 느끼는 이유와 다양한 현상에 대해 살펴보며 심리학이 비만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하였다. 우리가 꼭 심리학과 연관짓지 않았던 일상의 많은 모습들이 실은 모두 심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 다음엔 어떤 흥미로운 주제로 글을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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