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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기억으로부터 정보 꺼내기: 인출과 인출단서(retrieval cue)심리학 Psychology 2023. 7. 6. 00:28
앞서 우리는 우리가 정보를 어떻게 기억 체계에 입력하고 저장하는지, 또 스트레스가 우리의 기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이번 글에서는 기억으로부터 정보 꺼내기: 인출과 인출단서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인출: 기억으로부터 정보 꺼내기 - 회상(recall)과 인출단서(retrieval cue)
어떤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부호화하고 저장하는 이상의 것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기억이란 회상(recall), 즉 정보를 인출할 수 있는 능력이다. 회상이란 빈칸 채우기 검사처럼 이전에 학습한 정보를 인출해야 하는 기억 측정 방법을 일컫기도 한다. 심리학자에게 있어 기억이란 학습된 어떤 것이 파지 되어 있다는 일종의 신호이다. 따라서 정보를 재인(recognition)하거나 보다 신속하게 재학습(relearning)하는 것 또한 기억을 시사한다.
재인(recognition)이란, 다지선택형 검사처럼 이전에 학습한 항목들을 단지 확인할 필요가 있는 기억 측정 방법을 일컫는다.
재학습(relearning)은 재료나 정보를 두 번째 학습할 때 절약되는 시간의 양을 평가하는 기억 측정 방법을 일컫는다.오랜 세월이 흘러 고등학교 졸업반 친구들의 이름을 거의 다 회상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졸업앨범에서 사진을 재인할 수 있고, 명단에서 각자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Harry Bahrick 등(1975)은 25년 전에 졸업한 사람들이 같은 반 동창들의 이름을 많이 회상할 수는 없었지만, 사진과 이름의 90%를 재인할 수 있었음을 보고한 바 있다.
우리의 재인기억은 매우 빠르고 방대하다. 우리의 재학습 속도 또한 기억의 존재를 드러내 준다. 만약 학습한 어떤 것을 잊어버렸다면, 그것에 대한 재학습 속도는 더 빠르다. 재인 검사와 재학습하는 데 걸린 시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회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출단서
기억은 각 정보 조각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연합들의 망으로 저장되어 있다. 교실에서 옆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의 이름과 같이 표적 정보 조각을 기억 속에 부호화할 때, 우리는 이것을 주변 상황, 기분, 앉아있는 위치 등에 대한 다른 정보 조각들과 연합시킨다. 이런 정보 조각들은 인출단서(retrieval cue)로 작용할 수 있다. 인출단서는 표적 정보를 나중에 인출하기를 원할 때, 그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기준점이다. 인출단서를 많이 가질수록 원하는 기억으로 가는 경로를 발견할 가능성이 커진다.
기억술은 유용한 인출단서를 제공해 준다. 그러나 가장 좋은 인출단서는 기억을 부호화할 당시에 형성시킨 연합으로부터 나온다. 맛, 냄새, 광경은 흔히 연합된 일화에 대한 회상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것을 회상하려고 할 때 시각 단서들을 불러내기 위해서는 심적으로 우리 자신을 원래의 맥락 속에 두면 된다.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William James는 이 과정을 '연합 깨우기'라 하였으며, 우리는 이를 점화(priming)라 부른다. 흔히 우리의 연합은 자각이 없이 활성화 혹은 점화된다.
점화를 흔히 '기억이 없는 기억,' 즉 외현기억이 없는 보이지 않는 기억이라 한다. 만약 복도를 따라 걸어가다 실종 아동 포스터를 보고 나면, 그 이후에 듣게 되는 의심스러운 성인—아동 상호작용 소식은 모두 납치라는 무의식적 해석을 점화시킬 것이다(James, 1986). 그 포스터를 의식적으로 기억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그런 식으로 해석을 하도록 우리를 이끈다.
외부 맥락과 내부 정서가 기억인출에 주는 영향
맥락 효과
어떤 경험을 했던 맥락 속에 우리 자신을 두면 기억인출을 점화시킬 수 있다. Duncan Godden과 Alan Baddeley(1975)는 10피트 수중이나 해변에 앉아 있는 스쿠버 다이버들에게 두 가지 다른 단어 목록을 들려주는 실험을 통해 맥락효과를 발견하였다. 이 실험에서 다이버들은 수중에서 들은 단어들은 수중에서 가자 잘 회상했으며, 지상에서 들은 단어들은 지상에서 가장 잘 회상되었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맥락효과를 한 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다음 시나리오를 살펴보자. 어떤 책을 공부하면서 노트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연필이 닳아서 깎아야 했다. 책상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왔는데, 아래층에 내려온 이유가 기억나지 않았다. 다시 책상으로 돌아온 후에 연필을 깎아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좌절을 주는 경험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한 맥락(책상, 책 읽기)에서 당신은 연필을 깎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다른 맥락으로 갔을 때 당신은 그 기억을 떠올릴 단서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게 된다. 다시 책상으로 돌아왔을 때 당신은 그 기억("연필 끝이 무뎌졌다")을 부호화한 맥락으로 돌아온 것이다.
Carolyn Rovee-Collier(1993)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친숙한 맥락은 아이가 태어나 3개월이 지난 후부터도 기억을 활성화시킬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침대모빌(crib mobile)을 발로 차면 (영아의 발목에 모빌과 연결시킨 리본을 묶어 줌으로써) 모빌이 움직인다는 것을 학습한 영아들은 다른 맥락에서보다는 동일한 범퍼를 가진 동일한 침대에서 발차기를 더 많이 했다.
데자뷰 (기시감)
가끔씩 우리가 전에 있었던 장소와 유사한 맥락에 있을 때 기시감[deja vu; 데자뷰 — 프랑스어로 '이미 보았던'의 의미]을 경험한다. 절반 이상의 사람들은 "내가 전에도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라는 오싹한 순간 감각을 경험한다. 기시감은 이전에 경험해 본 것 같은 오싹한 느낌을 말하며 현재 상황으로부터 나온 단서들이 이전 경험의 인출을 잠재의식적으로 촉발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 기시감은 대개는 교육 수준이 높고 상상력이 많은 젊은 성인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특히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발생한다(Brown, 2003; 2004b; McAneny, 1996).
우리의 기억 체계가 어떻게 이런 기시감을 일으키는지 알기 위해서 "내가 마치 이 상황을 재인하는 것처럼 느끼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식의 질문을 더녖 보자(Alcock, 1981). 현재의 상황은 이전의 유사한 경험을 무의식적으로 인출시키는 단서들로 적재되어 있다. 따라서 유사한 맥락에서 우리가 친구 중 1명처럼 보이고 걸음걸이도 유사한 낯선 사람을 보게 되면, 그 유사성은 오싹한 재인 느낌을 발생시킬 수 있다. 그런 이전 경험의 그림자를 일깨우면 "마치 전에도 이 상황에서 그 사람을 보았던 것 같아!"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James Lampinen(2002)은 상황이 몇 개의 사건들과 적절히 유사할 때 그 상황은 매우 친숙하게 느껴진다고 주장하였다. 당신이 나(글쓴이)의 형제나 부모를 잠깐 동안 마주쳤고, 몇 주 후에 글쓴이(나)를 만났다고 해 보자. 당신은 "내가 이 삶을 전에도 만났던 것 같은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비록 필자의 가족 중 누구도 필자처럼 보이거나 행동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외모와 제스처는 어느 정도는 필자와 닮았을 수 있기에 필자는 당신이 경험했던 것과 '전역적인 일치'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기분(감정)과 기억
연합되어 있는 단어, 사건, 맥락들만이 유일한 인출단서는 아니다. 과거 사건들은 특별한 감정(emotion)를 일으켰을 수 있는데, 이런 특별한 감정/정서는 나중에 그것과 연합된 사건들을 회상시키는 점화제가 될 수 있다. 인지심라학자인 Gordon Bower(1983)는 이를 "감정은 기억 기록물을 보관해 두는 과제도서실과 같다"는 식으로 설명한 바 있다. 어떤 상태(예를 들어, 음주 상태나 맑은 상태)에서 학습한 것은 다시 그 상태에서 더 쉽게 회상도리 수 있는데, 이런 미묘한 현상을 상태의존기억(state-dependent memory)이라 한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학습한 것은 다른 상태에 있을 때 잘 기억나지 않는다(알코올은 기억 저장을 방해한다). 그러나 다시 술에 취하게 되면 회상을 더 잘한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돈을 숨긴 사람이 다시 술에 취하기 전까지 숨긴 위치를 망각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기분 상태는 기억의 상태 의존성의 예를 제공한다. 좋거나 나쁜 사건들에 수반되는 감정은 인출단서가 되기도 한다(Fiedler et al., 2001). 따라서 우리의 기억은 어느 정도는 기분 일치성(mood-congruent)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데이트를 망쳤거나, 좋아하는 모자를 잃어버렸거나, 중요한 TV 장면에서 전기가 나갔다거나 하는 등으로 짜증 나는 저녁 시간을 보내게 될 때, 덩달아 다른 짜증 나던 때의 기억들도 떠오르게 된다. 우울한 기분은 부적인 연합들을 점화시켜 온통 짜증 나는 기억들로 채우는데, 우리는 이를 현재의 기분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낙천적인 기분에 놓이게 되면 사람들은 장밋빛 유리창을 통해 세상을 회상한다(DeSteno et al., 2000; Forgas et al., 1984; Schwarz et al., 1987). 자신들을 유능하고 효율적인 사람으로 판단하며, 다른 사람들을 호의적으로 판단하고, 좋은 일들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분과 기억의 연계성을 알고 나면 한 주 동안 청소년들이 자신의 부모를 다정다감하다고 평가했던 것이 6주 후에 그들이 부모를 다시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단서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것이다(Bornstein et al., 1991). 우울해진 10대들은 그들의 부모를 비인격적인 사람들로 본다. 그들의 기분이 밝아지고 좋아지면 부모들은 악마에서 다시 천사로 변하게 된다.
기억의 인출에 미치는 기분의 효과는 기분의 지속성을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행복할 때 우리는 행복한 사건들을 회상하게 되며, 결국 세상을 행복한 곳으로 보게 되어 우리의 좋은 기분은 더 연장되게 된다. 우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 반대로 이런 과정은 어둠의 악순환을 지속시킨다.
마무리하며,
이번 글에서 우리가 어떻게 기억으로부터 정보를 인출하는지 살펴보았다. 우리의 뇌와 심리, 그 안에서 기억의 체계가 얼마나 흥미롭고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으면서도 새로운지 함께 살펴보았다. 현재에 행복하다고 느끼면 유사한 감정의 사건들을 회상하며 그 기분이 지속된다고 하니, 역시 매순간 긍정적으로 사건들을 바라보며 내 감정을 돌보는 것 또한 나의 기억체계와 전반적인 심리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잃지 말아야겠다. 이 글은 읽는 독자도 그러했으면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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